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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왜 사느냐 묻는다면] 노승이 전하는 무심하고 담대한 생의 기술

by livestable 2024. 4. 6.

그럼에도-왜-사느냐-묻는다면
그럼에도-왜-사느냐-묻는다면 / 미나미 지키사이 / 서사원

 

괴로운 존재

모든 괴로움은 욕심과 집착에서 시작됩니다. 겉보기에는 행복해 보이는데 늘 무언가 목이 마르고 딱히 문제가 있지는 않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생이 힘겨워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행복해 보이는데 늘 무언가 목이 마르고 딱히 문제가 있지는 않은데 무슨 이유에서인지 인생이 힘겨워서 삶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힘들다는 하소연을 듣다 보면 어김없이 이런 생각이 듭니다. '문제를 선명하게만 바라보면 의외로 가까이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텐데, 괴로워하는 나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깨닫고서 괴로워하는 마음을 길들이면 한결 마음 편히 지낼 수 있을 텐데.' 나를 괴롭히는 것의 정체가 또렷해지면 그동안 보이지 않았던 길이 비로소 눈에 들어옵니다. 일단 나아갈 길이 보이면 아무리 괴로워도 한 발짝씩 내딛을 수 있습니다. 갑갑함이 마음에 들어차면 지우고 싶어도 쉽사리 지워지지 않습니다. 손에서 놓아버리면 되는 걸 알면서도 놓지 못하는 건 애당초 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마음속 괴로움을 떨쳐버리지는 못하더라도 고민을 차근차근 뜯어볼 수는 있습니다. 그러면 힘들긴 해도 '괜찮네' 하고 받아들이며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날마다 행복하면 그만큼 좋은 일도 없겠죠.


인정받고 싶은 욕구

이름과 성별, 나이, 성격, 직업, 가족, 주소 등 이런 것은 어디까지나 지금의 나를 이루는 속성일 뿐입니다. 이런 속성을 모두 걷어내면 무엇이 남을지 생각해 보면, 사람이라는 존재는 태어날 때부터 남이 지어준 옷을 걸치고 있는 셈입니다. 언제 어디서 태어날지, 성별도, 외모도 스스로 선택하지 못합니다. 이름도 부모가 지어주었고, 나에게 이름을 지어준 부모조차 어쩌다 보니 부모라는 존재가 되었을 뿐입니다. 이 세상에 스스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온전히 자신의 의지로 태어났다면 태어난 시간과 장소, 부모를 원하는 대로 골라서 자기가 바라는 모습이 되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의 자신이 바랐던 모습이라고 완벽하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기는 할까요? 우리는 이 세상에서 뜻하지 않게 태어나 타인에 의해 남들과는 다른 나로 규정되어 살아갑니다. 그런 나로 살아가자면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칭찬받아야 할 것만 같습니다. 처음부터 내가 아닌 남이 골라준 옷을 입고 있으니 잘 어울린다든가, 보기 좋다든가 하는 칭찬을 들어야만 마음이 놓이고 옷 입을 맛이 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주는 존재인 다른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를 느낍니다.


마음의 짐 내려놓고 힘빼기

흔히 이상적인 모습으로 살고 싶다고 합니다. 내가 바라는 모습으로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래서 모두가 자신을 꿈에 그리는 모습으로 바꾸려고 열심히입니다. 이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서 말입니다. 지금 내 삶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진정한 내 모습을 찾고 싶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데 나라는 존재에 불편함을 느끼는 건 어쩌면 당연합니다. 처음부터 원하는 모습으로 태어난 사람은 없습니다. 문득 정신을 차려보니 이런 모습을 하고 있을 따름입니다. 말하자면 태어날 적부터 남이 지어준 옷을 걸치고 있는 셈입니다. 애당초 몸에 꼭 맞을 리 없는 옷을 입고서 그저 온 힘을 다해 나로 살아갈 뿐입니다. 내일을 알차게 보내고 싶고, 인생을 조금 더 보람차게 살고 싶고, 어떻게 하면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을지 고민하는 마음은 알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 때문에 도리어 삶이 버겁다면 알찬 인생을 보내야 한다느니, 자아를 실현하며 살아야 한다느니 하는 마음의 짐은 그만 내려놓아도 좋습니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일을 악물고 삽니다. 더 나은 삶을 살아야 한다고 채찍질하고 남들보다 앞서 나가려 조바심을 냅니다. 기왕이면 나에게 이익이 됐으면 싶고, 좋은 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도 납니다. 그래서 온 힘을 다해 일과 휴식에 열을 올립니다. 이렇게 살면 숨도 찰 테니 힘을 조금 빼고 별거 아닌 모습으로 살면 얼마나 좋을까요? 한 번쯤 떠올려 보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퇴원하고 싶어 안간힘을 써서 태어난 것이 아닙니다. 태어나야 할 때를 골라 세상에 태어났다면 온 힘을 다해 사는 모습도 이해될지 모르겠지만, 사람은 날 때부터 수동적인 존재입니다. 우리는 날 때부터 수동적인 존재여서 무언가에 등 떠밀리듯 살면 숨이 차오르기 마련입니다. 어쩔 수 없이 온 힘을 다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자기 자신을 몰아세우지 않는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됩니다. 애써 힘쓸 것 없습니다. 대부분의 일은 그냥 두면 알아서 흐를 것입니다.

 

이 책은 일본의 선승 미나미 지키사이가 20년간 인생에 적응하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의 고충과 괴로움에 귀 기울여 깨달은 인간과 세상에 대한 통찰을 담았습니다.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는 이야기라기보다는 직설적이고 단호한 답변들이 많습니다. 대신 스스로 차분히 생각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