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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무기력이다] 인지심리학자가 알려주는 인생처방

by livestable 2024. 3. 29.

문제는 무기력이다 / 박경숙 / 와이즈베리

 

무서운 마음의 병

무기력은 단순히 건강이 나빠졌다거나 피로가 누적될 때 나타나는 신체적인 기력 없음과는 다릅니다. 심리적 무기력은 기력 없음이 아니라 의욕 없음이죠. 뭔가는 해야 되는데 하려는 의욕이 완전히 상실된 상태입니다. 그 결과 자신의 성공을 스스로 막는 결과를 낳습니다. 여기 달리지 못하는 한 남자가 있습니다. 육상 경기가 열렸고 선수들은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선수들이 막 달리기 시작을 하는데, 한 선수가 그만 신호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중요한 실수를 저지른 선수는 당혹스러워서 출발선에 그대로 얼어버렸죠. 다음 날 또 다른 경기가 열렸지만 남자는 이번에도 출발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사흘 뒤 또 다른 경기에 출전했고, 다행히 이번에는 제때 출발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겨우 두세 걸음 내딛더니 속도를 늦추며 결국 멈춰 서버렸습니다. 경기가 없는 날 출발선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그 남자를 만나 왜 우느냐고 물어봤습니다. 그는 달릴 수 없는 게 억울해서 운다고 했습니다. "저는 뛰지 않는 게 아닙니다. 아무리 뛰려고 해도 뛸 수가 없어요." 남자는 오래전에 이 경기장에서 우승한 적도 있다고 말한 뒤 통곡을 했습니다. 그는 한때 누구보다도 빨리 달리는 사람이었습니다. 혹시 당신도 밤새워 공부하거나 새로운 사업에 골몰하던 시절을 그리워하고만 있지 않나요? 무슨 일을 하기도 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르겠고 해도 안 될 것 같은 생각부터 들지 않나요? 한시도 마음 편할 날이 없을 정도로 불안한데 다시 해보려고 힘을 내봐도 곧 기력이 떨어지고 의욕을 잃지 않나요? 이번엔 반드시 해내고야 말 거야. 마음을 이렇게 굳게 먹고 맹세를 해보지만 매번 실패합니다. 그렇게 실패가 누적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자책만 하다가 평생을 무기력하게 살아갈지도 모릅니다. 이 모든 것이 무서운 마음의 병인 무기력 때문입니다.


무기력이란

무기력은 학습됩니다. 학습된 무기력이란 외부의 힘 때문에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는 것이 차단당할 때 느끼는 좌절감이 무의식 중에 학습이 돼서 다음번에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려고 하는 심리적 현상을 말합니다. 사막의 낙타처럼 말입니다. 사막에서 밤에 낙타를 나무에 묶어둡니다. 그리고는 아침에 끈을 풀어주는데, 그래도 낙타는 도망가지 않죠. 묶여 있던 지난밤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스스로의 힘으로 처지를 바꿀 수 없는 상황, 이를 심리학적 용어로 무기력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무기력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무기력한 사람은 자신의 일을 하지 못합니다. 일을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작은 행동조차 할 수 없습니다. 무기력의 가장 중요한 증상은 뭔가를 직접 나서서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무슨 일을 하든 '귀찮아 어차피 내가 어떻게 할 수 없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히 행동하고자 하는 의지가 사라지고 시도 자체를 포기하게 됩니다. 이런 무기력은 의외로 부지런하거나 완벽주의자에게 많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일할 사람이 나밖에 없어', '아무도 못해.' 이런 생각을 하면 할수록 무기력해질 가능성이 커집니다. 이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나름대로 바쁘게 무엇인가를 뚝딱뚝딱하고, 스스로는 물론 주변 사람들도 그들이 전혀 무기력하다고 생각하지 않죠. 이렇게 자신의 무기력을 자극하지 못하는 것을 무의식적인 무기력이라고 하는데요, 이런 은밀한 무기력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도 힘듭니다. 혹시 바쁜 하루를 보낸 뒤에 공허함을 느끼나요? 뭔가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자신의 삶이 빈 껍데기 같다고 느껴지나요? 그렇다면 은밀한 무기력증에 빠져 있지 않은지 의심을 해보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무기력해서 다른 일에 매달린다는 사실을 알지 못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당장은 자신이 열심히 산다고 착각을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할 일을 하지 못하는 것도 무기력이지만, 집중해야 할 일 대신 다른 일에 몰두하는 것도 무기력입니다. 무기력한 상태에서는 사는 것이 아니고 살아내며 그냥 하루하루를 버티는 것입니다.


일단 시작하자

마음이란 가만히 내버려 두면 게으름과 무기력, 나태와 절망 같은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따라서 마음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꿈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이 무기력을 반드시 잘라내야만 하죠. 무기력을 빠져나오는 길은 미궁과 유사합니다. 미궁과 미로는 들어가면 쉽게 나올 수 없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갈림길이 있는 미로와 달리 미궁에는 길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미궁은 한 길이 복잡하게 얽혀 쉽게 나올 수 없을 뿐 그냥 쭉 길을 따라 걷기만 한다면 미궁에서 빠져나올 수 있죠. 그래서 무기력은 자신의 잠재력을 믿고 스스로의 힘으로 주어진 길을 걷듯 무기력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의미를 찾고 동기부여를 하는 등 다양한 방법들이 있지만 복잡하고 귀찮다면, 그냥 하면 됩니다. 시작을 못하는 사람들은 모든 것이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을 미루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키를 배우고 싶어도 필요한 장비와 옷이 없다는 핑계로 옷과 장비를 준비한 뒤에 스키장에 갈 거야라고 생각을 합니다. 정말로 스키를 배우고 싶다면 맨몸으로 가서 옷과 장비를 빌리고 일단 한번 타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시작하려고 하면 영원히 시작하지 못하는 수가 있습니다. 물리학의 작용 반작용 법칙은 우리 인간에게도 적용이 됩니다. 하던 일은 계속하려고 하고 멈춰버리면 쭉 멈춰 있으려 하는 것처럼 우리에게는 한 번 시작한 일은 계속하려고 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우리 뇌는 일단 움직이기 시작하면 멈추는 데 에너지가 더 소모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하기 싫은 일도 일단 시작을 하면 뇌가 자극을 받아서 그 일에 집중하게 됩니다. 꿈을 이루지 못하는 건 느리게 달려서가 아니라 달리지 않기 때문입니다. 혹시 당신도 지금 이 순간 달리지 못하고 출발선에 서서 울고 있다면 일단 해봅시다. 원하는 인생을 살게 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