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가
내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는 방법은 내가 어떤 언어를 사용하는지를 보면 압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의 수준을 보면 됩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의 레벨이 당신 인생의 레벨이고 인격을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현재 내가 어떤 환경에서 살고 있으며, 세상을 어떻게 내다보며 살고 있는지를 거울처럼 그대로 비춰줍니다. 여기 비슷한 인생을 살아온 두 사람이 있습니다. 'A'는 어휘력이 풍부해서 자신이 먹은 음식이나 영화, 책, 여행에 대해서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이야기를 하지만, 'B'는 'A'와 같은 경험을 해도 뻔하고 지루한 틀에 박힌 이야기만 난발해서 공감도 재미도 없답니다. 함께 같은 곳으로 여행을 다녀와도 언어가 가난한 사람은 '좋았어', '멋있던데', '즐거웠어' 정도밖에 표현하지 못합니다. 그 장면이나 풍경을 표현할 언어가 없으면 못 본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언어 철학자 비트겐슈타이는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를 의미한다'라고 했습니다. 삶은 결국 언어를 매개로 재탄생하죠. 예술적인 언어를 가진 사람의 삶은 예술 작품이 되고, 평범한 언어를 가진 사람의 삶은 평범한 것이 됩니다. 아무리 독특한 경험과 나다움이 있어도 나만의 언어를 못 만나면 나만의 스토리도 없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남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위대한 업적을 남겼거나 성공을 이룬 사람은 언어를 탁월하게 디자인한 사람들입니다. 똑같은 말이라도 자신의 철학과 신념을 담아서 표현하려고 노력한 사람은 삶의 격이 다릅니다. 잘 설계된 한마디에 핵심적인 지혜가 담겨 있기 때문이죠. 배우 윤여정은 오스카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후에 후보에 함께 오른 여배우들을 향해서 "우리는 각자 역할을 연기했고, 서로 경쟁 상대가 될 수 없다"면서 "내가 운이 조금 더 좋아 이 자리에 있는 것 같다"는 틀에 박히지 않은 그녀만의 소신과 언어가 담긴 수상 소감을 발표했습니다. 이 소감은 후보에 함께 오른 여배우들은 물론 그 방송을 지켜보던 세계 모든 시청자들로부터 감동을 자아내기에 충분했습니다. 봉준호 영화감독의 골든 글로브 시상식 수상 소감도 대표적입니다. 그는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라고 말해서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유머러스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그의 화법은 외국 영화를 꺼리는 미국 극장가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누군가에게는 일침을, 누군가에는 공감을 얻어낸 화제의 수상 소감이 됐습니다. 뭔가 다른 사람은 사용하는 언어부터 남다릅니다. 그들은 자기 생각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자기만의 언어로 표현합니다. 언어는 자기 정체성을 드러내는 상징입니다. 그가 누구인지를 아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에서 가장 쉽고 정확한 방법이 바로 언어로 판별하는 것입니다. 자신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에게는 독특한 컬러와 스타일이 있는 것이죠. 자기만의 언어를 가진 사람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듣거나 책을 읽고 나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재해석합니다. 언제나 자신이 하는 일을 다르게 해 보려고 노력하고, 세상을 대할 때도 주체적인 의지를 가지려고 노력하며 어떻게 하면 낡은 생각을 색다르게 창조할 수 있을지를 고민합니다. 진부한 언어는 진부한 생각을 낳고, 언어가 틀에 박히면 사고도 틀에 박히기 때문이죠. 돋보이는 사람은 똑같은 것을 봐도 색다르게 표현합니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는 사람은 그래서 언어도 남다릅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
세상을 바꾼 디자인이 그렇듯 어떤 분야에서 성공한 사람들은 지극히 단순한 몇 가지 원리나 법칙으로 설명을 합니다. 그렇지 못한 사람은 말도 복잡하고 일하는 방식도 복잡하죠. 결국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언어력의 깊이와 크기의 차이입니다. 아마추어는 언어가 가난해요. 언어가 가난하니 생각도 가난하고 생각이 가난하니 행동의 폭도 좁아지는 것입니다. 대안도 못 찾고 해결도 안 되는 답답한 상황만 이어집니다. 반면 프로는 같은 문제에 직면했을 때 자신의 한계를 빠르게 간파하고 다른 생각을 찾기 위해서 그 분야의 대가를 찾아가거나 관련된 책을 읽습니다. 다른 사람의 생각과 언어로 주어진 문제를 다른 관점과 언어로 접근하려고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동원할 수 있는 언어의 차이에 있어요. 소위 성공하는 사람들은 편안한 삶을 벗어나서 낯선 곳으로의 탈주하는 과정을 즐깁니다. 처음 경험하는 낯선 부딪침을 즐기고, 그런 경험을 또 새로운 언어로 표현하기를 즐기죠. 이들은 틀에 박힌 언어가 아닌 새로운 통찰을 주는 깨달음의 언어를 원합니다. 자신의 언어를 업그레이드하면 세상을 위한 자신의 쓰임도 달라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내 인생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당신의 언어를 업그레이드하면 됩니다. 삶의 격을 높이고 싶다면 사용하는 언어의 품격을 높이면 됩니다. 당신이 사용하는 언어가 곧 당신이기 때문입니다.